길상면

217. 선두동(船頭洞)

船浦東頭問白鷗 선두포 동들머리서 백구에게 묻노니,

鎭雲已逐海雲收 진보 구름 내보내고 바다 구름 받았구나.

綠楊明月誰爲主 푸른 버들 밝은 달은 그 누가 주인인가,

李沈兩家同起樓 이건방 심의정 선생이 함께 누각 세웠다네.

 

218. 장흥동(長興洞)

長興烟色繞蟾巖 장흥리 연기는 섬암을 감싸 안고,

白波如帶碧山屛 흰 물결은 푸른 산을 병풍처럼 둘렀네.

松下來逢黃衛將 소나무 아래에서 황위장을 만났더니,

笑言林壑摠非凡 이 골짜기 온통 비범하다 웃으면서 말을 하네.

 

219. 산후(山後)

山後花開海映紅 산뒤마을 꽃이 피니 바다에 붉게 비치고,

黃司馬坐管春風 황진사는 좌정하여 봄바람을 맞고 있네.

丙寅往事何堪說 병인년 지난 일을 어찌 감히 말로 할까,

聖廟播遷茅屋中 성전의 위패 옮겨 모셨네 이 마을 초가집에.

 

220. 전등사(傳燈寺)

傳燈寺下覺心淸 전등사에 이르니 마음이 맑아지네.

老去奇觀在此行 늘그막의 명승관광 여기에서 하게 됐네.

樹頭鸎喚黃金擲 나무 위에 꾀꼬리 우니 황금을 던진 듯 하고,

甃口龍噴白玉生 우물 입구서 용이 내뿜으니 백옥이 생기는 듯.

 

221. 삼랑성(三郞城)

對潮樓上送斜陽 조루 위에 올라 지는 해를 보내면서,

磬一聲中覺夜凉 한 차례 풍경 소리에 밤의 서늘함 느껴지네.

自有仙心無佛念 신선 마음 본래 있고 부처 생각 없었으니,

滿山明月夢三郞 달빛 가득 찬 산에서 단군 세 아들 꿈을 꾼다.

 

222. 장사각(藏史閣)

石室深深炳有光 석실이 깊지만 빛이 있어 밝으니,

丹書玉牒帶天香 귀중한 서첩들이 天香을 띠고 있네.

此山並列名山四 정족산과 나란히 한 명산이 네 곳이니,

太白五臺又赤裳 태백산 오산과 적상산이 그곳이네

 

223. 취향당(翠香堂)

翠香堂鎖紫雲窓 취향당 현판은 자운창에 걸려있어,

御墨煌煌彩亘江 임금님 글씨 빛이 나니 문채가 강물 같네.

十二毫龍蟠屈勢 열두 글자 용이 되어 웅크린 자세이니,

萬年鎭我一東邦 일만 년 지나도록 우리나라 지켜주리.

 

224. 양헌수 비(梁憲洙碑)

梁公昔日據山城 옛적에 양헌수 장군 정족산에 진을 치고,

軍令分明破賊兵 분명한 명령으로 적병을 물리쳤네.

一片碑文495)如彼白 한 조각 비문이 저처럼 하얀데,

丙寅年後幾秋聲 병인양요 겪은 지가 몇 년이 되었는가.

 

225. 애창(艾倉)

艾葉江南最有名  강화 남쪽 쑥잎이 가장 유명하다는데,

端陽時節採盈盈 단오 때면 캐온 쑥이 창고에 가득했네.

內醫捧供皆前事 내의원에 바친 일은 모두 지난 일이지만,

廣濟神方孰最明 병 고치는 처방으로는 무엇보다 밝았다네.

 

226. 온수동(溫水洞)

溫泉水湧入郊墟 온천수가 솟아서 교외로 흘러드니,

引此居人作一閭 이에 끌려 사는 사람 마을을 이루었네.

愼友欲探源出脈 신병호씨 수맥 근원 찾으려 노력하며

積年坐讀聖賢書 성현들의 서적을 여러 해 동안 읽었다네

 

227. 초지동(草芝洞)

息波亭下草芝城 식파정 아래에 초지성이 있는데,

半是漁鹽半是耕 절반은 어염이요 절반은 농경이라.

姜翁何年來寓此 강흥업공 어느 때에 여기 와서 살았는가,

炳然楣上一紅旌 빛나도다 문 이마의 붉은 정려문 글씨.

 

228. 구서씨(大邱徐氏)

一村左右屋連茅 한 마을 좌우에 초가집이 이어져 있고,

柿葉前庭拍海潮 감나무 정원 앞에 바다 물결 치고 가네.

文學承先徐孺子 문학을 이어 받은 서씨 선비는

坐榻時時俯遠郊 때때로 상에 앉아 먼 들판을 굽어보네.

 

229. 직하동(稷下洞)

稷下村橫馬廏川 직하촌엔 마구내가 가로질러 흐르는데,

洪門最是管風烟 홍씨가문 으뜸으로 멋진 풍광 차지했네.

三蓮一蔭同時慶 급제자 셋 음서자 하나 있어 동시의 경사이니,

上下堂中次第筵 아래윗집 차례로 잔치를 베풀었네.

 

230. 직산동(稷山洞)

春風下馬稷山村 봄바람 맞으며 직산촌에서 말을 내리니,

武弁古家方一門 예로부터 무관 지낸 방씨 가문 살고 있네.

楣上紅旌前郡守 문이마의 붉은 정려글 전 군수의 것이니,

曾年忠義鎭西藩 일찍이 충의로 서쪽 변방을 지켰네.

 

231. 직산동(稷山洞)

稷山谷谷繞烟霞 직산 마을 골골마다 안개 노을 감쌌으니,

柳具權金各自家 유씨 구씨와 권씨 김씨가 서로 모여 살고 있네.

薇月窓前勤讀後 달빛 좋은 창가에서 부지런히 독서한 뒤,

冬樵夏耨淡生涯 겨울 땔나무 여름 김매기하며 담담하게 살고 있네

 

232. 제주고씨(濟州高氏)

訪我親族到山區 친척집 방문하려 산지경에 도착하여,

情話遲遲半日留 정겨운 이야기로 반나절을 머물렀네.

勉爾無忘勤儉愼 근면·검소·신중함을 잊지 말라 권면하고,

一門四蔭摠是休 한 집안 음서 출신 네 명이 지금은 모두 쉬고 있네.

 

233. 정하동(亭下洞)

亭下洞連船浦雲 정하동은 선두포의 구름에 이어지고,

山低野廣路中分 산 낮고 들 넓어 가운데로 길이 났네.

知君全雅多淸趣 그 전씨의 고상한 취미 많음을 알겠으니,

窓月時時讀古文 때때로 달빛 창문에서 고전을 읽는다네.

 

234. 정두동(亭頭洞)

亭頭洞裡李花春 정두동 안쪽은 오얏꽃 봄을 맞고,

枝葉曾從漢水濱 자손들이 널리 퍼져 한강 물가에 살고 있네.

因遇門生憑一問 우연히 만난 문생에게 한 가지를 묻노니,

杏園餘蔭最何人 과거 음서로 나간 분 중 으뜸은 누구인가.

 

235. 곤릉(坤陵)

德庄南麓白雲深 덕장산 남쪽 기슭 흰 구름이 덮였는데,

指是坤陵屹到今 이 곤릉이 지금껏 우뚝하게 서있네

短草萋萋松未老 풀들은 우거지고 소나무도 안 늙어서,

猶含舊國可憐心 고려 왕조 가련한 마음을 아직도 머금고 있도다.

 

236. 길상산(吉祥山)

吉祥山色碧如藍 길상산의 산색은 쪽빛처럼 푸르고,

磅礴奇形鎭海南 기이한 모습 가득하여 남쪽 바다를 진압하네.

萬里風濤來去舶 만리 길 파도 위를 오고가는 선박들은,

鳧胸雁背影兩三 오리 가슴 기러기 등 모습으로 두세 척씩 지나 가네.

 

237. 굴곶포(屈串浦)

屈串浦流深似淵 굴곶포 시냇물은 연못처럼 깊어서,

水常不淺灌禾田 물이 항시 마르지 않아 논에 물을 댈 수 있네.

白鷗慣識漁翁面 백구는 어부의 얼굴을 잘 알고 있으니,

飛下前磯共借眠 물가 돌에 내려앉아 둘이 함께 졸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