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면(長嶺面)

97. 장동(長洞)

亭子山東大路傍 정자산 동쪽의 큰 길 옆에는,

柿樓苽圃各成庄 감나무와 참외밭으로 농장을 이루었네.

箇中最是權居久 개중의 으뜸은 오래 산 권씨 가문,

芸月書窓倚短床 달빛 담은 서재에서 책상에 기있네

 

98. 묵사동(墨寺洞)

墨洞來尋博士居 묵사동에 다다라서 박사 거처 찾아가니,

諄諄敎語以經書 정성스레 경서를 가르치고 있었네.

知應此道光千古 이 도가 천년토록 빛날 것은 응당 알았으나,

一變何難古寺墟 한번 변한 옛 절터는 찾기가 어렵구나.

 

99. 갑곶동(甲串洞)

鎭海樓臨甲串津 진해루는 갑곶진에 임하여 있는데,

春風起浪拍城闉 봄바람에 물결 일어 성벽을 치고 가네.

如噴如激千秋恨 분노한 듯 격노한 듯 천추의 한이 되어,

猶帶丁年代北塵 정축년의 오랑캐 흔적 아직도 남아 있네.

 

100. 갑성열초(甲城列譙)

長城一面水平鋪 장성의 한쪽 면은 물이 넓게 펼쳐있고,

列立譙樓盡畵圖 열 지어 선 문루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人去人來多指點 오고가는 사람들을 여기저기 가리키니,

玲瓏額月耀江都 영롱한 둥근 달이 강도를 비추고 있네.

 

101. 이섭정(利涉亭)

漢水臨津合祖江 한강과 임진강이 조강으로 합해지고,

別流南坼泛篷窓 따로 흐른 남쪽 갈래에 거룻배를 띄웠네.

祗今利涉亭前月 이섭정 앞쪽에 떠오르는 저 달은

猶照李堂梅樹雙 이첨 선생 한쌍 매화나무를 비추어 주고 있네.

 

102. 진해사(鎭海寺)

鎭海寺前綠草肥 진해사 앞에는 푸른 풀이 무성하고,

曇雲慧月摠依迷 구름 속 밝은 달은 헤메는 듯 보이누나.

寂然空塌無人掃 고요한 탑에는 사람 없이 비었는데,

惟有山禽帶春飛 오로지 산새들만이 봄빛 띠고 날아가네.

 

103. 제승곶(濟勝串)

濟勝串中多水聲 제승곶 가운데는 물소리만 요란한데,

朝宗東入漢陽城 조선 조정 동으로 가 한양성에 돌아갔네.

昔時何作無情物 옛적에는 어찌하여 그리도 무정했나,

不濟朝鮮濟彼淸 조선은 건너지 못했고 청나라는 건넜네.

 

104. 오종도비(吳宗道碑)

甲串津西石立崇 갑곶진 서쪽에 한 비석이 우뚝하니,

壬辰天將紀吳公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 오종도공을 기념했네.

峩峩浩浩山河氣 높고 넓은 강산 같은 당시의 기백,

永世同傳撫綏功 위무해준 공로를 영원토록 전하리니.

 

105. 삼충단(三忠壇)

國事蒼黃昔丙丁 나라일 다급했던 지나간 병자·정축난 때,

諸公義烈劍頭汀 많은 사람 의열심에 창칼 들고 맞섰네.

表忠壇上靑苔石 표충단 위 바위는 푸른 이끼 덮였는데,

點點如斑月日星 얼룩진 반점은 해·달·별처럼 빛나네.

 

106. 용정동(龍井洞)

萬壽山南洞保明 만수산 남쪽에 보명동이 있는데,

嵬然古廟赫然名 높다란 옛 사당에 빛나는 명성 있네.

李公去後雲仍在 이공이 가신 후에 후손이 이어져,

世世惟殫享祀誠 로 정성 다해 제사를 지내오네.

 

107. 용정동 남궁공(南宮公)

杏亭春色想南宮 행정(杏亭)에 봄빛 도니 남궁 선생 생각나네,

積累餘功折桂紅 공부를 많이 하여 과거에 급제했네.

諫藁猶存承政院 정사를 논의한 글들 승정원에 남아있으니,

愛君一念始而終 임금 사랑 한 생각은 시종여일 하였네.

 

108. 용정동 황공(黃公)

黃公白髮坐江東 백발의 황 선생은 강화 동쪽 사셨는데,

矜式吾鄕凜有風 우리 고장 본보기로 기품이 늠름했네.

歸思倘如陶令否 귀거래 생각한 건 도연명을 닮았는가,

放鷴明月亦開籠 흰 꿩을 놓아주니 밝은 달도 문을 여네.

 

109. 장승동(長承洞)

杏園端坐郭先生 행원(杏園)에 단좌하신 곽한익 선생은,

侍立彩衣三品榮 채의 입고 임금 모시는 3품 명예 누리셨네.

認是風聲傳世世 이런 명성 인정하여 세세토록 전해지니,

一門孝烈兩紅旌 한 문중에 효자·열녀로 두 정려문이 세워졌네.

 

110. 성정(星井)

井星光彩耀姜門 우물별의 광채는 강씨 문중에 빛나는데,

銀杏樹前成一村 은행나무 앞쪽에 한마을을 이루었네.

世世簪纓承繼業 로 관직 올라 그 업을 계승하니,

至今高築讀書軒 지금도 책 읽는 집으로 높다랗게 세워져있네

 

111. 왕림동(旺林洞)

復齋書榻向東城 복재 선생 글방은 동쪽성을 향해있고,

矜式吾鄕是弟兄 우리 고장 본보기는 이 두 분 형제라네.

若使國家收德器 만약에 국가에서 덕 높은 인재를 받아들일 때,

先庸此老播璜聲 먼저 이 노인을 썼더라면 명성이 퍼졌겠지.

 

112. 왕림사 추포영당(秋浦影堂)

旺林寺古在何邊 왕림사 옛 터는 어디쯤에 있는가,

秋浦影堂獨嵬然 추포 선생 영당만이 홀로 우뚝 서 있네.

想是雲仍文蔭武 생각하니 후손들이 문무 관직에 나아가고,

鳴吾東國博淵泉 우리나라 울려 퍼져 깊은 덕성을 넓혔네.

 

113. 옥포동(玉浦洞)

紫紋村裡卜居閑 자문촌엔 사람들이 한가로이 사노니,

物外田園倚水山 속세 벗은 전원에서 산수에 기 사네.

白髮靑衫黃上舍 백발에 푸른 옷 입은 황복 진사는,

暮年詞賦動江關 나이 들어 시를 잘 지어 강화에서 유명했네.

 

114. 옥포동(玉浦洞) 황공(黃公)

玉浦東邊海屋深 옥포 동편에는 바닷가 집도 깊은데,

黃公昔日炳丹心 그 옛날 황공은 충심으로 빛을 냈지.

務安後裔今司果 무안 현감 후예들은 사과 벼슬 올랐는데,

不遇衿懷寓酒斟 품은 뜻 때를 못 만나 술 마시며 지내네.

 

115. 범위리(範圍里)

範圍里內是安居 범위리 마을에는 안씨들이 사는데,

柿葉桑枝左右廬 감나무와 뽕나무가 집주위에 늘어섰네

老翁當晩投鋤坐 날 저물면 노인은 호미 놓고 앉아서,
戒兒勤讀古人書 부지런히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훈계하네.

116. 월곶동(月串洞)

鷰尾亭前鎭月移 연미정 앞에는 둥근 달이 기울어 가는데,

黃公舊屋別成規 황공의 옛집이 규모 있게 서있네.

一苞奇竹千松樹 기이한 숲과 수천 그루 솔숲은,

認是當年種德基 그 당시 덕 베풀던 터인 줄을 알려주네.

 

117. 연미조범(鷰尾漕帆)

鷰尾亭高二水中 연미정 높이 섰네 두 강물 사이에,

三南漕路檻前通 삼남지방 조운 길이 난간 앞에 통했었네.

浮浮千帆今何在 떠다니던 천 척의 배는 지금은 어디 있나,

想是我朝淳古風 생각건 우리나라 순후한 풍속이었는데.

 

118. 대묘동(大廟洞)

莊武祠傳大廟村 장무사는 묘촌에 전하여 오는데,

在前列屋摠雲孫 앞에 있는 열 지은 집에 후손이 모여 사네.

枝枝葉葉春風氣 가지마다 잎새마다 봄바람 기운 가득,

盡帶皇天雨露天 모두 다 왕실의 은혜를 입었을 터

 

119. 고성당동(高聖堂洞)

高聖堂前近海門 고성당 앞 쪽은 해문에 가까운데,

黃翁白髮坐松軒 백발의 황옹이 松軒에 앉아 있네.

閑言此土其風好 이 땅은 풍수가 좋다고 말들 하니,

曾是林溪學士村 일찍이 임계선생의 학사촌이 있던 곳이네

 

120. 양양곡(襄陽谷)

姜公舊第地襄陽 강공의 옛 집은 양양골에 있는데,

楣上紅旌玉署香 문 이마의 붉은 정려 귀한 글씨 향기 나네.

荷國寵光今正尉 나라의 은총 입어 지금은 정위 벼슬,

南征西守晩歸鄕 남쪽 정벌 서쪽 수비 마치고 늘그막에 고향 왔네.

 

121. 선학곡(仙鶴谷)

谷鳥翩翩仙鶴村 골짝 새들 날아 오른 선학촌 골짜기엔,

曾是金公卜居爰 일찍이 김공이 자리 잡고 살던 곳.

府留瓊韻雙詩板 강화유수 지은 시구 두 판에 새겨있고,

收得風烟入此軒 風煙을 거둬들여 이 집으로 들어가네.

 

122. 소산리동(小山里洞)

小山叢桂管何人 소산리 계수나무 숲은 그 누가 돌보는가,

招隱歌中客意新 초은의 노래 소리에 나그네 뜻 새롭구나.

唯有村翁知務本 시골 노인 오로지 농사에 힘쓸 줄 알아,

賣綯賣草未全貧 새끼 꼬고 이엉 엮어 팔아 가난하지는 않다네.